피그마보다 펜팟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 5가지!

펜팟(Penpot)의 공식 사이트 화면
펜팟(Penpot)의 공식 사이트 화면

제품 디자이너들은 Adobe XD, Sketch, Figma은 들어보고 사용해 봤어도 Penpot이라는 이름은 낯설 것입니다. Penpot 팀은 공동 창업자로 있는 Pablo Ruiz-Múzquiz(파블로 루이즈-무즈퀴즈)가 2011년에 스페인 마드리드에 설립한 기술 회사인 Kaleidos의 한 팀으로, Penpot 외에 오픈소스 Agile/Lean 프로젝트 관리 도구인 Taiga를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프로젝트도 상당히 관심이 많습니다.)

2016년 Penpot의 전신인 UXBOX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으며, 초기에는 사용자 경험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팀은 복잡한 디자인 시스템을 처리할 수 있는 동시에 무료이며 오픈 소스인 디자인 도구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약 2년간 Penpot 팀은 초기 개발 단계를 보냈고, 이때 플랫폼의 기능, UI, 전반적인 기능성을 정교하게 개선했습니다. 이 시기에 팀은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곳으로부터 일부 자금을 확보하게 됩니다.

2020년 12월에 비로소 Penpot 팀은 알파 버전 출시를 발표하며, 이를 Cross-functional* 팀을 위한 강력한 오픈 소스 디자인 및 프로토타이핑 도구로 소개했습니다. 2021년 팀은 사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알파 버전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했으며, 이 프로젝트는 다른 디자인 도구에 대한 오픈소스 대안으로 디자인 커뮤니티에서 주목을 받고 인정을 받았습니다.

Penpot의 공식 유튜브 채널

2021년부터 Penpot은 완전한 오픈 소스 제품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22년 Figma가 200억 달러(약 28조)에 Adobe로 인수될 당시 하루 만에 가입자가 5,600% 급증했습니다. 같은 해에 Penpot은 800만 달러(약 102억)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2023년 현재까지 Microsoft, IBM, Mozilla, Google 등 80,000개의 팀에서 현재 사용 중에 있고, 2월에도 1200만 달러를 투자 유치하였습니다.

* Cross-functional Team: 서로 다른 부서나 전문분야에서 온 다양한 역할과 전문지식을 가진 개인들이 협업하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되는 팀

피그마 환자(?)인 내가 펜팟의 미래가 더 밝다고 느낀 5가지

보안

자체 호스팅(self-host) 타이틀이 보이는 penpot의 공식사이트 안내 페이지
자체 호스팅 설치 관련 안내 배너

"보안"이란 말을 언급하면 "그럼 우리가 사용하는 Figma와 같은 도구들은 보안이 약하나?"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안이라는 것은 외부의 침입뿐만 아니라 내부의 침입도 존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Figma를 사용할 때, 우리가 원하는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Figma가 운영하는 공간에 접속해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데이터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 없는 세상에서는 Figma 역시 우리가 만든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건 마치 내가 만든 물건이 남의 집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그곳에 두고 와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만든 물건을 쓰기 위해 매 번 돈을 지불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그 집에 불이 난다면, 내가 만든 물건은 다시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SaaS를 사용할 때 보안을 중시하는 기업에서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Penpot의 경우는 다릅니다. 사용자는 Penpot이 운영하는 서버를 통해 Figma와 같은 방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Self-host를 이용한 설치형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관리가 귀찮다면, Penpot 계정을 생성해서 사용하면 되고, 보완이 걱정된다면 자긴이 직접 운영하는 서버(NAS, AWS 등)에 설치 후 사용 및 운영을 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중심의 오픈소스 프로젝트

I don't think there is a way to go after Figma or that type of tool using their own playbook. I think all the tools have tried that and they have failed. When you have a market player, it dominates the market around 80% of market. And you go and use that same strategy, the same concept. It's one could argue you really need to innovate so much on top of that that I think it's better to just go from for to come from a completely different angle to open source open standards, but also real collaboration between designers and coders, which is not something other tools consider a priority." - Pablo Ruiz-Múzquiz

그가 한 인터뷰 내용 일부를 공유하자면, 특정 도구와의 경쟁을 통해 Penpot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들 간의 커뮤니티를 통해 함께 만드는 제품에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Figma가 커뮤니티와 Advocate 제도를 통해 성장했던 것처럼 Penpot도 커뮤니티를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Figma나 Notion 등의 제품과는 달리 Penpot은 오픈소스 기반 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자율적이고 더 투명성이 보장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오픈소스의 철학으로 개발도상국 또는 저성장 국가에서도 많은 사용자와 커뮤니티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즉, 디자인 도구가 지역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어 고무적입니다.

많은 Figma 사용자들이 Adobe에 인수된 후 몇 시간에 많은 사용자들이 Penpot에 가입한 중 하나로 제품과 회사뿐만 아니라 바로 이 커뮤니티까지 판 것이라는 것에 실망감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Adobe는 커뮤니티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가 아니어서 그런지 커뮤니티 생태계를 잘 활용할 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터들을 이익과 연관된 고객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무료

Penpot의 근간인 오픈소스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무료'로 상업적인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학생, 개인, 작은 규모의 그룹 또는 사업자들은 비용 부담 없이 완성도가 높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사 오픈소스 프로젝트 중 무료라고 해서 사용해 보면 완성도에서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해 Penpot은 꽤나 완성도 높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다만 사용자들에게는 고마운 일이지만 오픈소스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인건비 포함 많은 지출이 있기 마련입니다. 현재는 펀딩으로 유지를 하고 있지만 아마도 Pablo Ruiz-Múzquiz는 그다음을 생각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픈소스 3D 제작 도구인 Blender처럼 완성도가 높아지면 강요 없는 후원 방식이든 필요한 수익 구조를 만들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말하는 오픈소스의 철학을 따라 사용자들에게는 차등 없이 동일한 기능을 지속적으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것입니다.

데스크톱 오프라인 모드

펜팟의 대표가 데스크톱 오프라인 모드 등 신규 기능 예고 발표 내용
대표가 커뮤니티에 언급한 Desktop offline mode

SaaS의 큰 단점 중 하나는 해당 서버가 문제가 발생하면 작업 진행을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휴식을 취한다고 말하며 웃지만, 긴급한 상황에서도 이런 여유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최근 열린 Penpot FEST에서 Pablo Ruiz-Múzquiz는 이런 SaaS의 문제점을 Penpot은 고민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조만간 오프라인 모드에서 작업이 가능한 데스크톱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제 서버가 작동 여부에 따라 업무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개발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피그마(Figma)와 펜팟(Penpot)의 레이아웃 인터페이스 비교 이미지
Figma의 Auto Layout(왼쪽) / Pepot의 Layout(오른쪽)

이 부분은 호불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인적으로는 Penpot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Figma에는 아주 유용하고 필수적인 기능인 Auto Layout 기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Figma를 학습하지 않은 개발자나 디자이너는 이것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사실 이 기능은 개발에서 사용되는 기본 개념인 flexbox와 같습니다. 개발자들에게 이 개념을 설명하고 나면 개발자 대부분이 Penpot이 좀 더 Flexbox구조로 이해하기 쉽다는 피드백을 들었습니다. Figma는 인터페이스에서 아이콘과 숨겨진 툴팁으로 설명을 하고 있지만 Penpot은 즉각적으로 개발자들이 용어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기능적으로도 개발자가 작업을 진행할 때 CSS의 Flexbox와 똑같이 작동합니다.

여기에 더 해 최근 선보인 Grid Layout은 디자인 워크플로우에 기본적으로 내장된 최초의 Grid-CSS 도구이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는 Front-End 개발자가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도구에 액세스 할 수 있으며, 복잡하고 유연한 2D Layout을 구축하여 제품 개발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코드를 HTML/CSS로 자동 생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면, Figma는 Config 2023에서 Dev mode라는 개발자들이 정말 만족하고 좋아할 만한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실제로 나의 주변에서도 상당히 만족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다만, 올 해가 지나면 Dev mode를 위해 또 다른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미 Figjam으로도 추가 지출이 있는 상황에서 작은 회사들은 이 비용조차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면서...

당연히 Figma는 기능적으로 완성도도 높고 Adobe의 인프라의 힘을 입어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의심의 여지는 없습니다. 적어도 앞으로 수년간은 다른 경쟁 도구들보다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 최고의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 역시도 Figma로 제작된 결과물이 많고, Figma로 제작을 요청하는 고객들이 많아 목적에 따라 선택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Penpot의 미래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오픈소스와 커뮤니티라는 강력한 가치 기반에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개발 과정을 투명하게 볼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Penpot의 사용자이자 곧 기여자가 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Clojure 언어를 아는 개발자라면 직접 코드를 커스텀해서 더 나은 도구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픈소스임에도 불구하고 Figma와 비교했을 때 Penpot의 기능으로도 제품 개발하는데 부족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픈소스 도구에 관심이 있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여 사용해 보고 기여자가 되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펜팟(Penpot)관련 참고 링크 및 자료